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거듭 위협하면서, 기업과 소비자, 정책 결정자들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실제 관세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그 위협 자체만으로도 이미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든 아니든, 이미 피해는 발생했습니다.”
맥마스터대학교의 W. 부스 공학실습기술학교(W. Booth School of Engineering Practice and Technology)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인 그레이그 모르듀(Greig Mordue) 전 자동차업계 임원은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협이 이미 경제 환경을 변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러한 불확실성이 투자 흐름을 미국으로 돌리고 있으며, 캐나다 경제는 그로 인해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최소 4년 동안, 캐나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의미 있는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모르듀 교수는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캐나다 경제, 투자 위축 우려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부터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실제로 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이 지난달 금리를 인하한 이유 중 하나도 기업들의 투자 감소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결정 과정에서 **”설령 관세가 부과되지 않더라도, 장기간 지속되는 관세 위협이 캐나다의 기업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국제 컨설팅 회사 KPMG가 캐나다 내 2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해당 설문에서는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이 투자 또는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미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닌 국가로의 수출 경로를 모색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 투자 감소, 경제 성장 둔화 초래
기업 투자는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입니다. 기업이 투자하면 공장을 짓고, 기계를 조립하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인력이 필요해집니다. 따라서 기업 투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고용 기회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자들은 기업 투자가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합니다. 데자르댕 캐피털 마켓(Desjardins Capital Markets)의 매크로 전략 책임자인 로이스 멘데스(Royce Mendes)는 **”신규 자본 투입은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非)인플레이션적인 임금 인상 여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의 기업 투자는 이미 2015년 유가 하락 이후 둔화되었고,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캐나다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으며,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이를 버텨낼 힘이 부족하다고 경고합니다.
로열뱅크(Royal Bank)의 프랜시스 도널드(Frances Donald)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네이선 잰젠(Nathan Janzen)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개 분기 중 8개 분기 동안 캐나다의 1인당 GDP가 감소했고, 기업 투자도 정체된 상태”**라며, **”경기 순환적·구조적으로 캐나다 경제는 이번 무역 충격을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
이러한 경제적 불확실성은 캐나다 정부와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업들은 이미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만약 실질적인 관세가 부과될 경우, 자본 유출이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는 캐나다 경제의 경쟁력 저하와 저조한 생산성 성장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비관적인 전망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히려 이 같은 위기가 캐나다 경제의 변화와 개혁을 촉진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여러 주(州)와 준주(準州)들은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연방정부와 야당은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캐나다 연방 에너지부 장관인 조너선 윌킨슨(Jonathan Wilkinson) 장관은 **”그동안 우리와 긴밀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이 최근 보여준 태도를 고려할 때,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캐나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과 관세 위협은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제 환경을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캐나다 경제는 이미 투자 둔화와 성장 정체라는 도전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캐나다가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향후 몇 달 동안 캐나다 정부와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무역 전쟁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캐나다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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