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경을 넘는 캐나다인들에게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 밴쿠버 여성이 미국 입국을 시도하다 억류된 사건이 발생하며, 이제 미국행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밴쿠버 출신의 재스민 무니 씨는 지난 3일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국경을 통해 입국하려다 체포돼 약 12일간 구금되었습니다. 그녀는 애리조나주의 민영 구치소에 수감됐고, 30여 명이 한 방에 갇혀 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냈다고 가족들은 전했습니다.
미국 이민법 전문 변호사 짐 해킹 씨는 무니 씨의 사례가 최근 10일 동안 급증한 유사한 사례 중 하나라며, “영주권을 가진 사람조차 억류되거나 강제 추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무니 씨가 억류된 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에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해킹 변호사는 “이건 법적 이민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라며, “이제 미국 입국 절차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국경은 통과하는 곳이 아니라, 좌절하는 곳”
밴쿠버 소재 이민 변호사 리처드 커랜드 씨도 비슷한 경고를 내놨습니다. 그는 “올여름에도 이런 사례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제 국경에서 이민국 직원들의 역할은 입국을 돕는 것이 아니라 방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니 씨는 TN 비자를 신청하다가 억류되었습니다. TN 비자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의 무역 협정에 따라 특정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에게 발급되는 비자로, 다른 비자와 달리 대사관 방문 없이 국경에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킹 변호사는 “국경에서 단순히 입국을 거부하면 될 일을 억류까지 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미국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습니다.
“내가 17년 동안 이민법을 다뤄왔지만, TN 비자를 신청하다가 며칠 동안 구금된 사례는 처음 본다. 원래라면 입국을 거부하고 돌려보냈어야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단순한 입국 거부를 넘어서, 강력한 억류 정책을 통해 모든 이민을 막으려 하고 있다.”
“미국 밖에 있는 캐나다인, 이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해킹 변호사는 미국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에게 “당분간 미국을 떠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이제는 미국을 한 번 떠나면 다시 입국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나 현재의 취업 비자 소지자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캐나다인들, 솔직히 너무 방심했어. 그동안 이민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됐어. 예전처럼 쉽게 미국을 드나들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버려야 해.”
커랜드 변호사도 “지금의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 캐나다인들도 국경에서 최대한 솔직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어떤 국경이 더 쉬운지에 대한 가정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무니 씨는 처음에는 캐나다-미국 국경을 통해 입국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후 과거에 입국한 경험이 있는 멕시코를 경유해 다시 시도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국경 심사는 예측 불가능해. 똑같은 상황이어도 월요일에는 통과되지만, 화요일에는 거부될 수 있어.”
커랜드 변호사는 이민 심사관이 영사관이나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오라고 하면, 무리하게 국경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지시에 따를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이민 문제를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했다며, 이번 입국 거부 증가도 같은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1월 이후로 모든 상황이 달라졌어.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정치적 명분을 갖고, 불법 이민뿐 아니라 합법적인 이민도 강하게 규제하겠다는 방침이야. 무니 씨 사례는 그 정책의 일환이라고 봐야 해.”
무니 씨 가족은 그녀가 안전하게 밴쿠버로 돌아왔다는 사실만 확인해주었으며, 추가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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