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이에 반발한 캐나다인들이 미국 여행을 취소하고 있습니다. 비록 25% 관세 부과가 당장 시행되진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보호무역 기조에 반감이 커지면서 여행 계획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여행협회(USTA)는 캐나다 관광객 감소가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캐나다 관광객이 10%만 줄어도 미국에서 21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의 지출 감소와 1만 4천 개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대신 캐나다에서 돈 쓰겠다”
캐나다 여행업계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플라이트 센터 트래블 그룹 캐나다’의 아므라 두라코비치 대변인은 “미국 여행을 재고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조용한 방식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여론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관세 위협 때문에 미국 여행 계획을 바꿨는지 묻는 질문에 상당수 캐나다인이 그렇다고 답했으며, 일부는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여행지를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친구와 가족이 캐나다로 오면 된다”
온타리오주 피터버러에 거주하는 은퇴 교사 돈 씨는 지난 10년간 친구들과 함께 미국 대학 풋볼 경기를 보러 다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미국이 캐나다를 이렇게 대하는 걸 보고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아닌 캘거리로 가기로 했죠. 우리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니까요.”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서리에 사는 아파르나 라메시 씨도 같은 생각입니다. 의료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요가 강사인 그녀는 가족과 함께 미국 텍사스, 버지니아, 뉴욕을 여행할 계획이었지만, 6천 달러(약 800만 원) 상당의 여행을 취소했습니다.
뉴욕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그녀는 친구들을 만나러 미국에 자주 갔지만, 이번에는 몬트리올이나 노바스코샤를 여행할 예정입니다.
그녀는 “미국에 다시 여행을 가려면 트럼프가 먼저 물러나야 한다”며 “캐나다 달러(루니)의 가치가 회복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내 친구와 가족이 캐나다로 와서 ‘배려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나라’가 어떤 곳인지 직접 느껴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취소 수수료? 돈이 아깝지 않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 사는 의료 종사자 ‘그라움엄’ 씨(45)는 가족과 함께 미국 매사추세츠로 5일간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크루즈 여행으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다만,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은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온타리오에 사는 71세 은퇴자 제인 씨도 여행을 포기한 사례입니다. 그녀는 조지아주의 습지를 탐방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갈 예정이었지만, 748달러(약 100만 원)를 손해 보면서 취소했습니다.
“결국 항공사에서 크레딧을 받긴 했지만, 난 다시는 미국에 가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만든 세상에는 발도 들이고 싶지 않아요.”
몬트리올에 사는 ‘저스타’ 씨도 1만 2천 달러(약 1,600만 원)짜리 미국 서부 여행을 취소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몬터레이, 빅서를 여행하려 했는데 600달러(약 80만 원) 취소 수수료를 내고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아요. 대신 런던으로 가기로 했죠. 제 주변의 캐나다인들 모두 분노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관광객 감소가 10%를 훨씬 넘을 것 같아요.”
“캐나다를 여행하는 것도 좋은 선택”
온타리오주 혼페인에 사는 38세 임업 기술자 크레이그 하인리히 씨는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여행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국내 여행으로 선회했습니다.
“비아레일 기차를 타고 캐나다를 횡단할 계획입니다. 에드먼턴에서 하룻밤 묵고, 유명한 웨스트 에드먼턴 몰을 방문할 예정이죠. 이후 렌터카를 빌려 앨버타의 드럼헬러에서 공룡 박물관을 보고 배드랜드 지역을 탐험할 계획입니다.”
그는 이번 여행에 약 1만 4천 달러(약 1,900만 원)를 지출할 계획인데, 원래 캘리포니아에서 쓸 예정이던 금액과 비슷합니다.
정부가 국내 여행을 활성화할 방법에 대해 묻자, 그는 “소득공제 같은 세제 혜택이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라메시 씨도 “항공사들이 국내 여행 비용을 낮춰야 한다”며 “경쟁이 활성화돼야 캐나다인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여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인 씨는 “팬데믹 기간 동안 국내 여행에 세금 감면 혜택을 줬던 것이 좋은 정책이었다”며 “철도망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라움엄 씨는 미국 여행을 포기한 결정이 어려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트럼프 덕분에 오히려 결정이 쉬웠어요. 물론 처음엔 아쉬웠죠. 하지만 그의 행동이 내 친구, 가족, 이웃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었습니다.”
캐나다 관광객들이 미국을 외면하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이 여행 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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