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도입, 캐나다 빈곤 문제 해결의 열쇠 될까?
다가오는 캐나다 연방 선거에서는 관세, 무역, 중산층 생활비 부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정작 개인과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 바로 빈곤과 소득 불안정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캐나다 연방 및 각 주 정부의 사회 지원 체계는 빈곤 완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빈곤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키고, 범죄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사법 시스템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선거철이든 아닐 때든 빈곤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가끔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기존 사회 안전망을 일부 손보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제학자, 전직 공무원, 정치인들이 주도한 연구팀이 2년 동안 연구한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PEI)에서 소득 기준을 적용한 기본소득(Guaranteed Basic Income, GBI) 모델을 개발했고, 이를 실현 가능하며 효과적인 빈곤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보고서는 연방 및 주 정부가 공동으로 5~7년간 PEI에서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기존 연방·주 정부 프로그램과의 행정적 연계성을 검토하며, 전국적 시행 가능성을 평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기본소득, 비용은 얼마나 들까?
최근 캐나다 의회예산처(PBO)는 소득 기준을 적용한 전국 기본소득 도입 시 연간 총비용이 53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기존 예상치의 절반 수준입니다.
PEI 연구팀은 유사한 방식의 모델을 적용했으며, 가족 단위를 센서스 기준으로 설정해 비용 절감을 실현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PEI 전역에서 기본소득을 시행할 경우 총비용은 1억 8,900만 달러, 가족 단위를 좁게 정의할 경우 3억 1,000만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순비용은 1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PBO 보고서와 PEI 보고서는 기본소득 도입 시 보건·사법 시스템 지출 절감 효과 및 세대 간 빈곤 감소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실질적 비용 부담은 더욱 낮아질 수 있습니다.
기존 사회안전망 개선이 더 나을까?
기본소득의 예상 지출 규모를 접하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고 반응하며 현행 연방 및 주 정부의 사회 안전망을 일부 개선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기존 방식이 기본소득보다 우수하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PEI 보고서는 기본소득 도입 시 빈곤율이 9.7%에서 2.1%로 감소하고, 극빈층이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현재의 연방 및 주 정부 복지제도를 확장·개편하여 이 같은 수준의 빈곤 감소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계산한 적이 없습니다.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은 노동시장 유인을 유지하는 것이 빈곤 완화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PBO와 PEI 보고서는 기본소득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긍정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본소득 vs 기존 복지 확대’…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기존 복지제도를 확장·수정해 기본소득과 유사한 빈곤 감소 효과를 내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위해 행정비용과 급여 지출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일부 연구에서는 근로소득보조금(wage subsidy)이나 근로세액공제(working tax credit)의 비용 및 효과를 분석한 적은 있지만, 현행 복지제도를 조정·확대하여 기본소득 수준의 빈곤 감소를 달성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모델링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은 막연한 반대를 고수할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를 대안으로 삼아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존 복지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기본소득보다 더 나은 선택인지, 실제 비용은 얼마나 될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소득보장 체계 필요
캐나다는 빈곤 완화뿐만 아니라 팬데믹, 기후 위기, 물가 상승, 무역·관세 충격 등 다양한 경제적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유연하고 효과적인 소득보장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행 복지제도는 각종 사회·경제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이제 캐나다는 단순히 특정 이슈에 따라 즉각적인 대응책을 내놓는 임시방편적 정책 대응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보다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와 데이터로 볼 때, 기본소득은 이러한 소득보장 개혁을 위한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됩니다. 과거와 같은 제한적인 논의에서 벗어나, 증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정책 개혁을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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