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하면 믿게 된다” 트럼프의 캐나다 장악 시나리오

전직 캐나다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들은 캐나다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51번째 주 편입 위협 속에서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시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C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보기관이 아니라 오히려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가 이러한 움직임을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보안정보국(CSIS) 국장을 역임하고 국가안보보좌관으로도 근무했던 워드 엘콕은 “머스크가 여러 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CIA가 과거 여러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부패 유도에서 암살까지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던 전례가 있지만, 캐나다를 대상으로 한 전략은 보다 은밀한 정보전보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심리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CSIS 국장과 스티븐 하퍼 전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딕 패든 역시 “트럼프가 캐나다 내 정치적 견해를 바꾸려 한다면, 이는 외국의 내정 간섭”이라며 “중국이나 러시아의 개입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제적 불안, 캐나다의 약점

전직 CSIS 정보요원이자 오타와 대학의 글로벌 인텔리전스 지식 네트워크 책임자인 닐 비손은 캐나다 내에서 트럼프의 병합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경제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끼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국 시민권을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손은 “경제적으로 극심한 불안에 처한 사람들에게 주권 수호보다 생계가 우선이 될 수 있다”며 “만약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미국 시민권이 해결책으로 보이도록 선전하는 심리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또한 “캐나다 내부에서도 친미 병합론을 조장하는 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될 경우 이런 주장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캐나다를 상대로 경제적 압박을 가하며 병합을 회피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는 최근에도 “캐나다 경제가 파탄에 이르지 않으려면 미국에 병합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엘콕은 이에 대해 “트럼프는 분명 캐나다 경제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경제적 빈곤이 심해지면 일부 캐나다인들이 병합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복되면 믿게 된다”

패든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거짓 정보와 선전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과거 여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거짓 정보도 반복되면 결국 믿게 되는 법”이라며 “이런 흐름이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결국 누구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캐나다도 이에 맞서 정보전을 펼쳐야 하며, 소셜미디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비손 역시 “캐나다 정부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지원함으로써 병합론의 설득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호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제적 불안정이 더해질수록 병합이 현실적인 대안처럼 보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첩보 활동 가능성과 경계 태세

전직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가 캐나다 내부에서 친미 병합 운동을 조직하거나 재정 지원을 통해 이를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패든은 “미국은 이런 공작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다만 문제는 캐나다를 대상으로 실제로 이를 실행할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 자금 흐름을 면밀히 감시하고, 선거 개입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엘콕 역시 “캐나다의 정보기관들은 이미 외부 위협을 감시하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캐나다 내부에서 공작을 벌인다면, 첩보망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기관 숙청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미국 정보기관 내에서도 트럼프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패든은 “트럼프가 점점 더 자신과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들로 정보기관을 채우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밀려나고 정치적 충성도가 높은 인물들이 자리할수록 더욱 우려스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엘콕은 미국 정보기관 내부에서도 캐나다와의 오랜 협력 관계를 고려해 반발하는 인물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가 기관 내 주요 인사들을 지속적으로 교체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캐나다 내부의 병합 찬성 세력에 대해서는 “단순히 병합을 주장한다고 해서 모두가 안보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들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변할 경우 감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캐나다가 미국과의 역사적 관계와 튼튼한 경제, 민주주의적 가치 덕분에 다른 나라들보다 외부 개입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지만, 장기적인 경제적 압박이 지속되면 여론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패든은 “우리는 단기적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중장기적 차원에서도 대비해야 한다”며 “경제적 압박이 계속된다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양보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군사적 침공 가능성은 낮더라도 경제적·문화적 지배를 통해 사실상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캐나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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