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강대국 외교장관들이 목요일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연대를 과시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하지만 G7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캐나다는 이에 대해 해양 안보 협력을 제안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퀘벡시 북동쪽 샤를부아에서 열린 G7 외교장관 회의에서 “지금 이 순간에 대응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어진 과제에 위축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졸리 장관은 비공개 양자 회담에서 미국의 경제적 압박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캐나다 병합 발언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날 공개석상에서는 공동의 우선 과제에만 집중하며, 최근 G7이 우크라이나 주권 보호와 외국의 개입 차단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그는 해양 안보 문제를 새로운 협력 의제로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해양 안보 위협을 다루는 데 협력해야 합니다. 불법 해양 활동, 그림자 선단, 중요 해저 인프라에 대한 사보타주, 불법 어업, 해양 생태계 손실 등 다양한 문제에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졸리 장관은 회의에 앞서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와 단독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후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세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G7은 세계적 불안정과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동맹국들과 결을 달리하며, 캐나다 및 유럽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는 우크라이나가 특정 조건을 전제로 휴전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지 며칠 만에 열렸습니다. 캐나다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조속히 끝내기 위해 성실히 협력하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미국이 제안한 30일 휴전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세부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우크라이나 관련 논의에 대해 “G7이 러시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솔직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세계 질서에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G7의 결속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졸리 장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으며, 캐나다 정부 역시 회의 진행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캐나다 정부가 이번 샤를부아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을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했고, 졸리 장관도 이날 개막 연설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졸리 장관은 “모든 회의를 통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조할 것”이라며 “이는 캐나다를 병합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루비오 국무장관은 “G7은 캐나다를 점령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G7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병합 발언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나라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일 외무장관 안날레나 배어복과 유럽연합 외교정책 대표 카야 칼라스는 의상으로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배어복 장관은 하얀 옷을, 칼라스 대표는 붉은 옷을 입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캐나다를 지지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캐나다 국기 이모티콘을 남겼습니다. 칼라스 대표는 이후 인터뷰에서 “캐나다의 국기 색상을 반영한 의상으로 연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어복 장관은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지정학적 상황에서는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G7이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강력한 연대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탈리아 외무장관 안토니오 타야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병합 발언과 관련해 “답은 명확합니다. 캐나다는 앞으로도 캐나다로 남을 것입니다”라고 짧게 언급했습니다.
한편, 아시아 태평양 재단의 부회장 비나 나지불라는 졸리 장관의 해양 협력 제안이 G7 내에서 캐나다의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적 접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 주제는 태평양, 북극, 유럽-대서양 안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며 “G7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지불라는 이번 해양 협력이 대만해협의 항행의 자유 문제, 유럽의 해저 케이블 보호, 해양 보호 및 무역 이슈 등 다양한 안보 우려를 반영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졸리 장관을 비롯한 G7 외교장관들은 금요일 오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캐나다의 자유당 대표 마크 카니는 같은 날 오전 총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며, 각료 임명도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졸리 장관은 외교부 장관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는 보통 총리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캐나다는 올해 G7 의장국을 맡고 있으며, 오는 6월 앨버타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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